본문 바로가기
공예(Craft)

입사 공예 시리즈 (1)

by 학쓰 2022. 8. 23.
반응형

공예에서는 수많은 재료와 기법이 존재한다. 인류 문명이 흘러오면서 인간이 발견한 물질을 가공하는 방법에서 기초적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공학적 발전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서 그 기능과 제작방법을 최적화하거나 재구성하기도 한다. 

금속을 가공하는 방법은 청동기시대쯤부터 개발되어 지금까지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주물 같은 기술같이 금속을 고온에서 녹여서 형틀에 붓는 기술은 정교함의 차이는 있지만 몇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리는 똑같다. 

이 가공된 금속에 인간은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을 만들거나, 더 부유한 사람들은 그 필수품을 더 사치품의 형태로 쓰고자 했다. 그 사이에서 공예는 탄생한다. 인간의 물질적 필요성에 대한 욕구. 그 품질에 대한 끝없는 추구일 것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시리즈는 지난 3월부터 쪼음입사를쪼음 입사를 독학하며 당분간 쌓은 기록에 가까울 것이다. 쪼음 입사를 배우고 싶었지만 현재 한국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 힘든 기술을 굳이 연마하는 장인이 독일 혹은 유럽 내에서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내 검색 능력의 한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도전 욕구가 솟아올랐다.

 

입사

입사는 실을 넣다는 뜻이다. 물론 바탕도 철과 같은 금속이고, 실도 그냥 실이 아닌 금, 은, 구리와 같은 전연성이 높은 금속들이다. 

기본적으로 금속 공예품은 주조나 단조 등을 통한 작업방식을 통해서 형태를 구성하고 난 후, 표면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장식한다. 금속 기물에 끌 등의 공구를 이용해서 파내고, 수만 번 찍는 식으로 장식하는 기법 중 하나가 입사 기법이라고 한다. 강도가 강한 바탕 금속에 처리를 한 후 금, 은 등의 가공성이 좋은 금속을 박아넣으면 그 강도의 차이로 인해서 전연성이 좋은 금속은 강도가 강한 바탕금속에 다른 물리적 처리가 없이도 잘 달라붙어있게 되고, 장인이나 작업자가 의도한 대로 점, 선, 면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작업 과정은 오래 걸리며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남아있는 유물을 통해 보자면, 입사의 바탕 금속은 주로 철과 청동이었으며,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은, 금, 구리 순으로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이 금속들은 특유의 아름다운 색상과 가공성이 좋아서 바탕면과 좋은 대비를 이루면서 고급스러운 공예품을 제작하기에 알맞았다. 

 

입사의 용어 정리와 우리나라에서의 입사 공예

유럽에서의 입사는 거의 대부분이 끼움 입사라고 부르는 금속판을 금속 끌로 원하는 모양을 미리 파내고, 그 자리를 금, 은 같은 귀금속들로 채우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가공은 유럽의 중세 박물관에서 볼 수 있듯이 귀족들의 갑주나, 무기 등 그 가공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주로 주문했다. 

영어에서는 주로 "Metal Inlay"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독일어에서는 Tauschierung ( 동사원형은 tauschieren )이라고 한다. 둘 다 대부분 끼움 입사를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그 용어가 다양하다.

중국은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무늬를 내는 금속 가공기법을 '양감 鑲嵌'이라고 부르고(鑲-거푸집 속 양, 嵌-산골짜기 감 ), 착錯, 착금 錯金 을 입사 용어로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상감 (ぞうがん [象嵌] )이라고 부르고, 이를 다시 선 상감, 면 상감, 포목 상감 등으로 나눠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유입된 상감이라는 용어를 입사와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사용하였으나, 각종 역사기록에서는 은을 넣는다는 의미의 함은含銀, 입은入銀, 입사 入絲, '은실'이라는 뜻의 누은 縷銀이라는 용어도 나타난다. 

또, 입사를 하는 장인을 누수縷手 , 입사장 등으로 일컬었다. 

입사라는 명칭은 고려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조선시대 경국대전에서는 입사장이 경공장으로 지정되어 각종 가례, 흉례 등의 의궤에 입사장의 활동 내역이 나타난다. 

또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세종 11년에 은 혹은 납으로 실 줄을 넣어 표지를 넣을 것을 건의하는 기록에서도 입사라는 단어가 보이며, 대전회통에서도 같은 용어의 사용이 보인다. 

이를 통해 예전부터 국가 기관에서 입사의 기술을 계승하고 제작과정의 전문적인 분업화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직도 많이 쓰이는 일본식 표현인 포목 상감보다는 끼움 입사, 쪼음 입사라는 전통적인 용어를 되살려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1997년 개최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우리나라 금속 공예의 정화 - 입사 기법>에서 시행된 개정 용어라는 점과 이 두 대표적인 용어만으로도 입사의 제작 과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그 과정을 연상하기 쉬운 용어라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내일은 입사의 역사에 대해서 정리를 해볼까 한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세히 알아보는 건 힘들겠지만 이런저런 자료들을 취합해서 조금씩이라도 정리를 해나갈까 한다. 장신구의 역사도 정리해보고픈 욕심이 있는데 정말 방대한 자료들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장신구는 전 문화권에 걸쳐서 나타나고 그 형태들도 정말 다양해서 대표성을 띌 물건들이 정말로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블로그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공예의 역사, 현대공예, 현대 장신구를 조금씩 짚어나가고.. 가능하면 현대 전동공구들을 리뷰하거나 좀 돈 되는 콘텐츠들을... 했으면 한다.  일단 광고를 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상업적 콘텐츠들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블로그 글을 열심히 적어보는 연습을 해야지.. 글 쓰기 정말 쉽지가 않군..

 

 

 
 
반응형

댓글